폐기되지 않은 편지
미처 폐기하지 못한 편지, 금기된 단약술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 같다

폐기되지 않은 편지

어르신께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올 일만 남았습니다. 어르신의 정성 어린 보살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법과 명맥을 포함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모든 것들이 사라져 부득이하게 어르신께 그 여자아이를 보내 배움을 청하고자 했으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아직 어리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아이입니다. 아마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기가 한층 더 쉬워질 테지요.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하니, 언젠간 어르신께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은 상황이 여의찮지만 귀 부서는 대업을 이루고 후대에 은혜를 베풀 것이며, 어르신 역시 능력을 쓰실 곳이 없었던 것뿐 천하에 둘도 없는 능력자이십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방해물이 사라지고 때가 다가왔으니, 위기를 기회 삼아 미래를 바꾸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사환을 통해 편지와 함께 샘플 10개를 보내니, 부디 실험해 사용해주시지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어르신께서 편지를 어려워하신다는 건 알지만, 유일하게 이 구시대적 방법이 감시받을 일 없이 안전합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편지를 받으시거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부탁해 읽어달라고 하시지요.

구심 올림

……
……

구심에게

보낸 샘플은 잘 받았네. 그런데 옮겨 심고 기르는 과정에서 샘플이 모두 가루가 되었다네. 아마 고해의 물에 의해 억제된 탓에 본체와 분리될 때 생명력을 잃은 듯하네. 어쨌든 두 가지 모두 선인의 흔적이니 도무지 종잡을 수 없군.

하지만 내게 이 수수께끼를 풀 해답이 있네. 「관이대」에서 남겨진 단약술을 찾거나 외부 전문가를 찾아볼 생각이라네.

그래서 우선 「사자」와 접선했네. 나를 위해 필요한 물건을 구해주겠다면서 「씨앗」을 찾는 대로 선주에 사람을 보내겠다 하더군. 무슨 계획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거래 조건이니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그 여자아이는 내 전임에게 제대로 교육받은 것 같더군. 그런데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성격이 좀 유별나. 자네가 보낸 사환은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통제권 안에 있을 테니 걱정 말게.

답장을 받고 나서 샘플을 다시 보낼 필요는 없네. 그 당시 우리가 무심결에 심은 나무가 백화라는 기적을 만들어냈지 않은가? 하지만 내 연구에 진전이 없는 한, 기적이 재현될 일은 없을 것이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네. 절망에 빠지게 되거나 수많은 사람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지. 하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네.

*발신인란에는 대충 휘갈긴 서명이 그려져 있다*